일본은 '비염 환자가 적다'는 오해의 진실
많은 사람이 일본을 마스크를 많이 쓰는 나라로만 알고 있지만, 사실 일본은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알레르기성 비염(花粉症, 카훈쇼)으로 고통받는 나라입니다. 2019년 조사 기준, 일본 인구의 약 42.5%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으며, 이는 국가적인 건강 문제로 여겨질 정도로 심각합니다.
섹션 1: 비염 재앙의 원흉, 삼나무(스기) 숲의 역사적 역설
일본의 비염 환자가 이토록 많은 이유는 다름 아닌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국가 조림 정책이 낳은 장기적인 부작용 때문입니다.
① 삼나무(스기)를 대량으로 심은 이유
전쟁 후 주택 복구와 건설 자재 확보가 시급했던 일본 정부는 생장 속도가 빠르고 목재로서 가치가 높은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전국적으로 대량 식재했습니다. 이 나무들이 일본 국토 면적의 약 18%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.
② 왜 삼나무를 베어내지 못하는가? (경제적 난제)
이 삼나무들이 심긴 지 30년이 넘는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. 하지만 이 시기(1970~80년대)부터 해외에서 값싼 목재가 대량 수입되면서 국내산 삼나무를 벌목하고 운반하는 비용이 오히려 더 비싸지는 경제성 문제가 발생했습니다.
결국, 돈이 되지 않는 삼나무 숲은 방치되었고, 벌채되지 않은 채 꽃가루만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현재의 카훈쇼 대란을 초래했습니다.
섹션 2: 꽃가루 증상을 악화시키는 '도시화와 공기질'
삼나무 꽃가루 자체도 문제지만, 도시화와 공기질 악화는 알레르기 증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입니다.
① 아스팔트와 꽃가루의 재순환
대도시 지역에서는 흙이나 잔디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습니다. 딱딱한 표면은 꽃가루를 흡수하거나 가라앉게 하지 못하고, 바람이나 차량 통행에 의해 꽃가루가 쉽게 공기 중으로 재순환되도록 만듭니다.
② 도시 공해 물질의 자극 효과
자동차 매연, 공장 배기가스 등 도시 공해 물질은 코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염증을 유발합니다. 이렇게 예민해진 점막은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항원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여 증상이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나게 됩니다.
섹션 3: 일본의 병원 관리와 일상생활 속 방어 수칙
일본에서 비염은 국민병이기에, 관련 진료와 예방 수칙이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.
① 이비인후과 진료와 증상 관리
꽃가루 시즌인 봄철(2월~5월)에는 일본의 이비인후과(耳鼻咽喉科)가 알레르기 환자로 가득 찹니다. 의사들은 증상 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 복용,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사용 등을 처방하여 염증을 관리합니다.
② 일상생활 속의 철저한 방어 수칙
일본인들은 꽃가루 비산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일상생활 관리를 철저히 합니다.
방진 복장 필수: 외출 시 마스크는 기본이며, 눈 가려움을 막기 위한 알레르기 전용 고글을 착용합니다.
꽃가루 예보 확인: 벚꽃 예보처럼 꽃가루 비산량 예보를 매일 확인하고, 비산량이 많은 날(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)에는 외출을 자제합니다.
철저한 실내 유입 차단: 외출 후 집에 들어서면 옷과 머리에 묻은 꽃가루를 현관에서 꼼꼼히 털어내고, 바로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합니다. 공기청정기는 필수 가전으로 인식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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